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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책 읽기, 세상 읽기/(1) hoho의 책장

[그림책리뷰] 미움 / 조원희

미움(주제) / 조원희(작가) / 만만한책방(출판사)

 

'미움'이라는 감정알기

(1) 내 마음 속에 남은 감정

 “누군가를 몹시 미워하다가 잠이 든 적이 있습니다. 누구였는지는 잊어버렸지만, 괴로웠던 감정은 강렬하게 남았습니다. 〈미움〉은 그때의 마음을 그린 책입니다.” 첫 페이지 작가 소개 부분에 적힌 작가의 말이다. 누구를 미워했는지는 기억나지 않지만 그때의 괴로웠던 감정은 오래 남았다고 한다. 우리들이 흔히 겪는 일이다. 이상하게 긍정적인 감정보다 부정적인 감정은 오래 남아 우리를 괴롭게 한다. 표지속 생선가시같은 모양을 봤을때 “앗! 미움이다!”했다. 주제를 한 페이지에 다 담아버린 유머러스한 표지를 보고 바로 책을 품에 안았다. 내지 역시 기대한 만큼 좋았다. 요즈음은 어쩌면 이렇게 좋은 그림책이 많은지......어른이 읽어도 너무 좋을 그림책이다. 아이들이 자기감정을 표현하기 시작할 때 부정적인 감정을 표현하는 말로 "미워"라는 말을 많이 한다. ”엄마 미워“, ”곰돌이 미워“, ”자동차 미워“, ”똥이 미워" 등등. 아이의 가벼운 미움부터, 어른으로 성장하면서 여러 인간관계와 주변 상황에서 발생하는 '미움'이라는 감정은 우리를 오래 오래 힘들게 하기도 한다. 

 

 

(2) '미움'을 담은 내 마음

아이는 밥을 먹으면서도, 숙제를 하면서도, 신나게 놀면서도, 목욕을 하면서도, 잠을 자면서도 그 아이를 미워한다.휴.....작고 귀엽게 표현된 미움은 주인공 아이와 하루 하루 같이 한다. 심지어 꿈속에서도 쉬지 않고 미워한다. "꼴도 보기 싫어!"하는 미움은 메아리처럼 울리고 덩쿨처럼 엉키며 순식간에 자라 점점 커진다. 드디어 아이의  마음은 미움으로 가득 찼다. 이 장면들은 정말 잘 표현한 것 같다. 미움은 밤이나 낮이나 우리를 따라 따라다니고, 그러다보면 더더 커지고 강렬해진다. 어느 날 그 미움속에 둘러싸여 갇혀버린 주인공은 미움이라는 감옥에 갇혀있다. 이 페이지도 정말 잘 표현한 것 같다. '미움'을 버리지 못하면 우리는 이렇게 될 수밖에 없다. 나도 이런 경험이 있다. 누군가를 너무 미워하던 나날에는 봄에 피는 분홍꽃도, 여름의 눈부신 햇살도, 가을의 붉은 단풍도, 겨울 가지에 맺힌 눈꽃들을 본 기억이 없었다. 마치 감옥에 갇힌 사람처럼 아무것도 느끼고 볼 수 없었다. 내가 미워하는 '그 사람'만 생각하느라 그렇게 되었다.
 

 

 

내 감정의 주인은 나!

(1) '미움'을 보내주는 법

우리는 흔히 ‘미움’이라는 감정을 부정적인 것으로 바라본다. ‘누군가를 미워하면 안 된다’는 말에는, 미워하는 마음은 좋지 않으니 그런 감정은 갖지 않는 게 좋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 하지만 정말 그럴까? 어느 날 누군가에게 ‘너 같은 거 꼴도 보기 싫어!’라는 말을 들었다고 생각해보자. 그런데도 화가 나지 않거나, 그 사람이 밉지 않다면 과연 말이 될까? 부정적인 감정을 나쁘다고 여기며 무조건 밀어내거나 외면한다고 해서 그 감정이 사라질까?

여러 연구에 따르면 그렇지 않다고 한다. 밀어낸 감정은 사라지지 않고, 우울이나 공격적인 화 등의 형태로 언젠가 나타나게 된다. 상처받은 아이가 ‘미움’이라는 감정을 억누르고 무조건 용서하는 것이 꼭 옳은 것은 아니라는 뜻이다. 그림책 ≪미움≫이 훌륭한 이유는, ‘미움’을 억지로 참거나 없애는 것이 아니라, 내가 스스로 결정해서 ‘미움’을 멈추기로 했을 때 그 감정을 비로소 놓아줄 수 있다는 내용이 담긴 것이다. 

이때 중요한 것은, 내 감정의 주인은 바로 ‘나’라는 사실을 아는 것이다. 감정은 내가 선택하고, 내가 결정할 수 있는 것이다. 사랑하는 자신을 ‘미움’이라는 감옥에 가두어두지 않겠다고 결심하는 것, 그것이 바로 진정한 감정의 주체가 되는 일이다. 미운 감정이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더라도, 그것이 내 마음속에 머무르지 않도록 선택할 수 있는 힘은 내게 있다는 것이다.

 

 

(2) 중요한 것을 알려주는 작가, 조원희

≪미움≫이외에 작가가 직접 쓰고 그린 책으로 〈얼음소년〉, 〈이빨 사냥꾼〉, 〈콰앙!〉, 〈이빨 사냥꾼〉 등이 있다. 〈이빨 사냥꾼〉이란 책으로 볼로냐 국제 아동도서전 라가치상을 수상했다. '미움'이라는 주제를 이렇게 잘 풀어낸 작가가 궁금해서 작가가 글과 그림을 직접 작업한 작품을 중심으로 찾아보았다. 작품들의 특징은 우리가 살면서 지나치면 안 되는 중요한 주제들이 많았다. 쉽지 않은 주제와 내용들.......살아오면서 은근히 외면해온 문제들이어서 살짝 죄책감이 들었다. 그 책들을 통해 우리를 둘러싼 문제를 외면하지 않고 직시해야 함을 알려주는 것 같았다. hoho에게는 어려울 수 있지만, 언젠가 이해를 하게 되는 그날을 위해 내가 잘 간직하고픈 책들이다. 특히, 〈콰앙!〉과 〈얼음소년〉는 마음속에 남는 책이었다.